어머니와 함께한 8박 10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 (Feat. MSC WORLD EUROPA)
10년 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나의 버킷리스트 1번, 어머니와의 여행을 지중해 크루즈 여행으로 선택했다. 어머니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유럽여행이라는 점, 그리고 나조차 크루즈 여행은 처음이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막연하게 비쌀 것이라고 생각했던 크루즈 여행이 꽤나 합리적인 금액으로 가능했던 점 등이 이 여행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우리가 예약한 크루즈는 MSC 사의 WORLD EUROPA 라고 하는, 21만톤급 초대형 크루즈였다. 6,700여 명의 승객과 2,000여 명의 선원을 수용한다고 하니, 거대 아파트 단지 하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밤늦게 로마에 도착, 호텔에서 1박 후 다음날 간단하게 시내 투어를 하고, 오후에 크루즈 탑승 수속을 하고 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짐을 체크인 하는 것 처럼, 탑승 수속을 할 때 짐을 맡기고 승선하면 우리의 짐을 객실 문 앞까지 가져다 주기 때문에 낑낑대며 캐리어를 옮길 필요가 없다. 어머니를 모시고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길 잘 했다 생각한 또 하나의 장점은, 도시마다 짐을 들고 다니며 새로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또 싸고,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짐을 크루즈 객실에 둔 채 4개국 6개 도시를 가볍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MSC WORLD EUROPA 호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이탈리아 메시나 - 몰타 발레타 - 스페인 바르셀로나 - 프랑스 마르세유 - 이탈리아 제노바를 여행하고 다시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왔다. 방문했던 모든 기항지가 각자의 매력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보통 오전 10시쯤 배에서 내려 도시를 구경하고 오후 3-4시쯤 배로 돌아왔는데, 도시 하나를 진득히 경험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한두곳 방문하고, 맛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고, 기념품 등 쇼핑을 하는 등 맛보기 정도의 수준으로 도시를 즐기기에는 딱 좋았다.
기항지 투어도 좋지만, 크루즈 투어의 가장 큰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크루즈 자체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매일 밤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 날마다 바뀌는 식사 메뉴, 다양한 수영장과 자쿠지,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카지노, 유료로 운영되는 스파와 마사지 시설, 아침 요가를 비롯한 다양한 그룹 액티비티, 댄스 클래스 등 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몰타 발레타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항해하는 동안 하루 온종일을 선상에서 보내며 크루즈 여행을 만끽하였다.
이번에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며 세계 곳곳에 다양한 크루즈 노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여행한 지중해를 비롯, 동유럽, 알라스카를 포함한 북극, 중남미 카리브해, 중동, 아시아, 그리고 세계일주 로그램 까지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에는 어떤 크루즈를 타고 어디로 가볼갈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인 여행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이번 여행은 만족도가 최고였다.
마지막으로, 처음으로 하는 크루즈 여행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크루즈 상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여행사의 세심한 플래닝에 이어 오랜 경력을 갖춘 크루즈 인솔자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여행 내내 조금의 해맴이나 불편함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크루즈 여행은 크루즈 전문 여행사에게!